실로 오랜만에 버스여행을 해봅니다. 여행은 느림의 미학이라고 합니다. 천천히 갈 수록 더욱 많은 것을 느끼고 볼 수 있으니까요.. 몸이 편해야 여행도 즐거워지는 거죠....차를 가지고 가면 운전하느라 피곤하고 피곤한 몸을 끌고 여유로운 여행하기에는 어딘가 2% 부족해 보여서... 앞으로는 잘 알려진 여행지는 가급적 버스나 기차로.......잘 알려지지 않은 코스는 차를 가지고...... 모 이런 식으로 바꿀까 합니다. 　 광화문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려고 일찌감치 집을 나섭니다.   　 부지런하게 도착하니 아직 버스 출발시간이 많이 남아서 청계천을 둘러볼 여유가 있었습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족탁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감회가 새롭습니다. 　 복구공사가 끝난 청계천.....정말 깔끔하네요... 　 청계천로를 따라 잘 조성된 꽃길이 참 예쁩니다.. 　 해학적인 조형물도 여기 저기 보이고요..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책하는 가족이 참 보기 좋습니다. 　 이곳 저곳 여유롭게 구경하다 보니 관광공사 앞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얼마 만에 버스여행을 하는지.....인원도 적고 참 여유롭습니다. 　   차분하게 독서를 하시는 분도 계시고.. 　 모자란 잠을 주무시는 분도.... 　 사람이 적으니 이렇게 발을 뻗고 편한 여행들을 합니다... 　 지나가다 보니 이런 현수막도 보이네요....꼭 방영되길 기원해 봅니다.......ㅎ 　 막히는 주말이라 44번 국도에서 시간을 많이 지체하고 난 후에 어느 정도 한가로운 원통시내를 지나갑니다.. 　 인제를 조금 지나 위치한 원통....군사도시인 것을 거리풍경에서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원통에서 서화로 가는 길...... 　 여기 저기 최전방 지역임을 느끼게 하는 풍경이 많습니다. 　 천도리.........모르시는 분은 모르시겠지만 양구 최전방에서 복무했던 제게는 고작 몇 개의 다방 , 술집 등이 있었던 이 곳을 '천도리 라스베가스' 로 불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여기 한 번 나가 보는 곳이 소원이었던 시절이죠...ㅎ 　 서화........해안이 민통선 마을에서 풀리기 이전의 최전방 마을입니다. 　 제 4땅굴과 을지전망대 이정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해안으로 가는 이 도로 옆 계곡들도 청정계곡들이죠.. 　 아스라한 기억의 세계가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세상을 품을 수 있을 것 같은 꽃 같은 나이에 이 펀치볼 지역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었죠.. 　 ....................... 　 해안 휴게소에서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잠시 정차합니다. 　 헉~!! 휴게소 옆에 거대한 개가..... 녀석이 오디를 많이 먹었는지 입술이 새까맣군요....ㅎ   아님 조스바를 먹었나???? ㅎ 　 개밥그릇 참 크네요......ㅎ 　 양구 해안면 입구에 있는 전쟁기념관......... 치열했다던 가칠봉전투, 펀치볼전투, 대우산전투, 도솔산전투 등의 표식이 여기 저기 보입니다. 　 몇 년 전에 이 곳에 왔을 때에도 이 모습을 보며 한없이 바라보고 있었는데.............. 음습한 습지에서 판초우의를 걸친 채 편지 한 통을 읽는 이 모습을 보면 무언지 모를 서러움이 가슴속에서 하나 가득 치밀어 오르는 기분입니다......                  　 제 4땅굴.......... 이 곳이 발견되기 전에 저는 이 땅굴을 탐지하고 있던 개나리 소대 (일명 청음소대) 라는 곳에서도 파견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 남 다른 감회가 있는 곳이지요..   　 민간인은 구경조차도 할 수 없었던 이 곳이 20 여 년이 흐르고 난 뒤 관광지가 될 줄이야..... 　 1990년 이 땅굴을 발견하고 군견을 앞세워 수색을 하고 있던 중 이 군견이 지뢰 탐지를 위해 먼저 뛰쳐 나가다가 수렁에 매설되어 있던 지뢰가 터져 산화함으로써 대원들의 목숨을 구했다는..... 죽음으로서 장병들의 생명을 구한 이 군견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한 동상이라고 합니다. 　 4땅굴 내부는 보안상 촬영금지 구역이라서.....땅굴 안에는 무척이나 시원하더군요..                                　 625때 쓰던 전투비행기.......... 　 해안이라는 지명의 첫 글자인 '해'는 예전 이 지역에 뱀이 너무 많아서 이 뱀을 퇴치하기 위하여 뱀과 상극인 돼지를 많이 사육하여 뱀을 퇴치했다는 유래로 돼지 亥(해)자로 변했다고 합니다. 또한 펀치볼이란 지명의 유래는 625 격전 중  해안을 바라본 종군기자가 완전한 분지형태인 이곳의 지형을 보니 야채와 소스를 섞을 때 쓰는 둥글고 큰 그릇인  PUNCH BOWL 이라 부른데서 연유한다고 합니다.                　 수 많은 병사들의 처절한 주검이 있었던 역사의 현장......... 　 을지전망대로 오르기 위해 가파른 산길을 오릅니다. 　 서부전선과 다르게 험한 산으로 이루어진 이 지역의 남방 한계선 철책은 이렇게 가파른 산을 따라 세워져 있습니다.. 　 폭설이 내리거나 할 때에는 이 급경사 산 정상까지 부식차가 오르지 못할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경우 이 케이블카를 이용해서 저 아래로부터 부식을 공급 받곤 하죠... 　 그 무섭던 추위와 폭설 등... 참 생각하고 싶지 않던 기억 속의 이 곳을 다시 오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렇게 다시 오니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합니다. 　 전에는 전부 오프로드였던 이 곳이 말끔하게 포장되었군요.. 　 저 이름 모를 들풀 바로 뒤쪽이 갈 수 없는 북한 지역입니다. 　 ........................... 　 을지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해안분지   　 이 지역의 모형물을 놓고 설명하는 관광해설사님......   　 을지전망대에서 내려오면서 바라 보이는 녹빛에 출렁이는 산그리메.......   　 양구 동면 쪽으로 내려오는 도중에 대암산을 휘감고 있는 안개가 장관입니다.   　 군 생활 시 대암산에도 파견근무를 나간 적이 있었는데 산돼지 한 마리가 들어와 주방을 박살내고 난리를 치고 갔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정말 생태계가 잘 보존된 멋진 산인데 아쉽게도 일반인들에게는 공개가 안되어 있습니다. 　 동면 팔랑리.....집사람이 이 곳으로 면회 왔었던 아주 예전의 기억도 생생하게 나는군요...ㅎ 　 두타연 계곡을 가기 위해 임당리를 지나 방산 쪽으로 진행합니다.....이 곳 마을은 이십여 년 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군요..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50 여 년간 출입이 통제되어 오다가 2003년부터 일반인들에게 공개된 두타연 계곡... 국내 최대의 열목어 서식지로서 원시 자연을 한 눈에 바라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초 1급수가 흐르는 이 계곡은 금강산에서부터 흘러오는 수입천의 지류입니다..... 　 20여 미터의 바위가 병풍을 두른 듯한 수려한 경관이 펼쳐집니다. 동쪽암벽에는 약 3평 정도 되는 굴도 보이고요.. 　 ....................... 　 야생동물들의 발자국이 여기저기에... 　   관광객들 경치에 넋을 놓고 계십니다. 　 옥빛 푸른 물결 속에 뛰어들고 싶더군요. 　 ......................... 　 이 계곡 상류가 사태리라는 곳인데 그 곳 GP에서도 파견근무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 신중철 대위가 귀순했던 그 날 새벽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군요. 그 귀순용사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폭포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면 아찔하기도 하지만 경치에 취해 위험스런 곳까지 접근하게 되더군요.. 　 .................................. 　 ............................ 　 정확하게 22년 만에 찾아 온 이 곳에 대한 옛 기억의 향수가 저 푸른 물결 속에서 고스란히 다시 살아나는 기분입니다. 　 저 나무들은 그 당시에도 저 자리에 그대로 있었겠죠.......... 　 계곡 주위로 온통 이런 지뢰지대 그대로인 상태입니다... 　 저 흉물스런 철조망이 분단의 비극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이 곳을 한 마디로 말해주는 듯 합니다. 　 두타연을 뒤로 하고 양구읍에 소재한 박수근 미술관을 들렀습니다.. 　 너무 늦게 도착해서 관람시간이 끝나 버렸더군요.. 　 특이한 모습으로 지어진 미술관이 눈길을 끕니다. 　 작품의 주된 소재가 한결같은 그가 자란 시골의 집, 나무, 노인, 아기 업은 여인 등.... 어디를 가나 눈에 띠는 서민들의 평범한 삶 속에서 아름다움의 요소를 그의 작품에 녹여 내었다는 평을 받는 박수근 화가..... 　 전체 건축양식도 박수근 화가의 삶을 생각하며 지어졌다고 하던데.....어려워서 잘 모르겠습니다. 　 ............................ 　 박수근 화가를 만나는 길이 쉽고 짧아서야 되겠는가?? 라는 컨셉으로 입구를 한참을 돌아서 들어가게 만들었다는 안내하시는 분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   　 안내하시는 분께서 이런 화강석 덩어리 하나 하나를 손 끝으로 느끼면서 가라고 조언을 해주더군요... 여행을 다녀와서 박수근 화가의 작품들을 보았는데 정말 서민의 모습 하나 하나를 정겹게 담으신 작품들이 많더군요... 　 박수근 미술기념관을 끝으로 오늘의 관광 일정이 마무리 됩니다. 　 박수근 미술 기념관 뒤로 서서히 해가 저물어 갑니다.                                　 옛 기억을 되돌아 볼 수 있었던  좋은 여행의 하루가 저물어 가는군요...                              　 한참을 자고 일어나니 벌써 서울거리로.......... 　 오랜만에 야심한 도심에서 버스를 기다려 봅니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한 버스여행이 생각보다 편하고 아주 좋았던 기억으로,,,,덤으로 군대시절의 추억까지도 안고 온 하루였습니다. 같이 해주신 디엠젯 관광주식회사의 사장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